자살의 이해 중 6 quotes

토인비도 썼듯, 죽음의 통증은 언제나 "죽음 뒤에 남겨진 자들보다 죽은 자들에게 덜 심하다." 이는 "삶과 죽음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사실이다." 죽음이 가하는 고통에는 양 날이 있으며, 이 둘이 배분될 때, 살아남은 자에게 날카로운 날이 돌아간다.
자살 뒤에 남겨지는 자들은 세상에 남아 죄책감과 분노와 마주해야 하며, 나쁜 추억들에서 좋은 추억들을 걸러내야 하며, 이해 불가능한 행위를 이해하려고 애를 써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은 뒤에 남아 자기 생의 처음 순간부터 함께 삶의 피륙을 짰던 부모나 자식을 그리워해야 하며, 이불과 사랑과 믿음을 함께 나누었던 배우자의 죽음을 슬퍼해야 하며, 무수한 밤과 낮을 함께 지내며 속 얘기를 나눴던 친구를 잃은 아픔에 괴로워해야 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이 어찌, 만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독히 개인적이고 잔인하고 무모한 행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살은 이성과 배려를 벗어나며 거의 언제나 비이성적 선택, 그 고통을, 그 공허를, 그 목소리들을, 혹은 그 절망을 끝낼 수 있는 최선의 길로 보인다. 자살이라는 선택은 타인의 최대 이익을 좇아 의지로써 어떻게 비껴가볼 수도 있는 그런 지나가는 생각이 아니다. 자살은 차곡차곡 쌓여온 괴로움 속에서 우러나오거나 충동의 독촉을 받는다. 그것의 처음 시작과 마지막 폭발이 바깥세상에 의해 아무리 많은 영향을 받을지라도, 자살하려는 마음은 그 바깥의 안녕과 미래를 두고 궁리하려 하지 않는다. 만일 한다면, 다른 이들의 삶에서 병들고 음울하고 난폭하고 미친 존재가 사라짐으로써 그들에게 밝은 미래가 시작되리라는 궁리일 것이다. 자살 전, 한 젊은 화학자는 이에 대해 간명하게 표현한다. "자살과 가까운 친구나 친척들에 대한 이기심의 문제는 내가 대답할 수도 혹은 의견을 내놓을 수도 없는 문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난 이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했고 살아 있는 것보다 죽는 것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덜 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자살은 그 어떤 다른 죽음과도 다르며, 뒤에 남아 이 죽음과 싸워야 하는 사람들은 그 어떤 다른 고통과도 다른 고통을 마주해야 한다. 그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충격과 영원히 되풀이되는 질문 "만약에?" 와 분노와 죄책감, 그리고 때때로 찾아오는 끔찍한 안도감, 사람들이 쏟아내는 질문의 홍수, 왜, 왜, 왜, 유언의 또는 무언의 질문들이다. 너무 끔찍해서, 혹은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조의를 표해야 할지, 포옹을 건네야 할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고 서 있는 사람들의 침묵. 또 다른 이들의 - 그리고 자기 자신의 - 가정, 그때 어떻게 했더라면.
가족과 친구들은 뒤에, 더 없는 고통으로 남겨져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이 없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녀 없이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 그 남자아이가 죽고 한 달 뒤, 그러니까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한 할머니께서 내게 편지를 보냈다. "스물한 살 된 제 손자녀석이 총으로 자살을 했습니다. 우리는 아주 친했고 전 그 애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습니다. 그 아이는 너무 늦게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약을 먹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 애가 죽고 제 가슴 속에는 다시는 메울 수 없는 구멍이 뚫렸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가슴속 그 구멍이다. 충격이 잦아들고, 죄책감도 가라앉고, 안정도 다시 찾아오겠지만, 가슴속 그 구명, 그 사람이 떠나간 자리는 영원히 남는다. 자살이 다른 종류의 죽음과 같은 것은 바로 이 점이다. (p368~370)


자살 뒤에는 으레 정신을 좀먹는 죄책감이 찾아든다. 부모, 형제자매, 자식, 남편, 아내, 친구, 동료, 그리고 허물없이 어울리던 주위 사람들까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과 하지 못한 모든 일을 떠올리고 되새김질한다. 벌인 논쟁들, 무관심했던 일, 받지 않은 전화, 의사에게 연락하지 않은 일, 집안에서 총이나 약을 치우지 않은 일, 정신병원 입원을 미루거나 반대한 일…… 자살은 주로 이미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 근심과 바닥난 인내와 마이너스 은행잔고와 고장난 의지로 다른 숨쉴 구멍이 없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악착같은 정신질환은 그것을 지닌 사람들에게 친절하지 않고, 그것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들한테도 친절하지 않다. 조울증과 울증과 정신분열증과 알코올, 약물남용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분노와 불신과 소동이다. 자살을 한 그 사람을 향한 사랑이 아무리 컸을지라도, 끝까지 옆을 지켰던 사람들조차 아마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는 기진맥진하고, 고갈되고, 완전히 끈을 놓아버린 상태였을 것이다. 자살 우울증의 그 절대 절망은 본질적으로 옆 사람에게 옮아가기 마련이며, 돕고자 하는 이들을 무력화시킨다. … (p372)


자살에는 조용한 임종자리가 없다. 그것은 삶과 믿음을 갈가리 찢어내고, 뒤에 남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나긴 고통의 여행을 시작하게 한다. 그 여행의 주된 특징을 들어 '고통의 심문'이라고 불러왔는데, 이는 자살이 일어난 이유와 뒤에 남은 자들이 그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끝없이 되풀이해 묻는 경향을 말한다. 어떤 부모는 조사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밤에 자다가 일어나 보면 그 애가 저기에 앉아 총을 겨누고 있어요. 그러고 나면 잠은 못 자고 계속, 그때 그 애는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만 물으면서 어떻게든 답을 찾고 이해해보려고 애를 써요." 또 다른 부모의 설명은 간단하다. "눈만 뜨면 '왜 그랬을까?' 한시도 이 생각이 떠날 날이 없죠." (p373~374)


형제자매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임상연구 논문에서 완전히 무시당하다시피 취급되어왔는데, 형제자매 간은 정서적인 유대감의 친밀도가 높고 유전자와 환경을 공유하므로 자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놀라움이 한층 커진다. 뒤에 남은 아이들 역시 처절히 상처받은 부모의 고통과 고조된 불안을 함께 겪는다. 임상적으로 볼 때, 한 부모의 자녀들은 자신의 형제 또는 자매의 죽음에 따른 극도의 상실감뿐 아니라 죄책감과 책임감도 함께 경험한다. 자살이라는 죽음의 성격상 다른 아이들의 차가운 의혹과 낙인의 대상이 되기 쉽고, 자신한테도 같은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지기도 쉽다. (p376~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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