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혹은 온기 life

꽤 오랫동안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이 있다.
무엇이듯, 부풀면 터지기 마련이지만,
수험 기간이라는 지금 이 시기에는
그 무엇도 절대로 흔들리면 안되기 때문에
꾹꾹 눌러 삼킨 채로 버티고 있다.

무리한 시간표와 무리한 계획을
아작나는 허리를 끌고 반쯤 졸면서 쫓아가다가
그냥 맥 놓고 주저 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이 오면,
문득 평정심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면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한다.
내가 목구멍을 넘겨 깊숙이 밀어넣어 버린 그것이
시커먼 뱃 속에서
그대로 곪아 버리는 건 아닐까.

간간이 나를 웃게 하는 그 온기가
어느 순간 내가 다룰 수 없는 무엇이 되어 버리고
살을 찢고 삐져나와
밖으로 줄줄 흘러 버리면 어쩌지.
나를 손 쓸 수 없는 곳으로 몰아버리고
내 주변을 시커멓게 물들여버리고
그래서 지금 내 생의 줄 앞에 걸려 있는 모든 것을 망쳐버리면
어떡하지.


다만.

나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나라는 인간은, 이제 그렇게 마구 내달릴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그렇지만 불안이, 기우가,
무의식 속에 웅크리고 있는 그 걱정이
불쑥 솟아나오는 순간은 반드시 있게 마련.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잠재우는 일이
한동안 내가 지고가야 할 짐인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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