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가 돌아간 날 life
2011.11.13 21:54 Edit
무엇보다,
시기가 좋지 않았다.
늦을 것 같다는 걱정이 시작된 순간 마음을 들볶았던 불안과 짜증.
잠긴 문을 확인하던 순간 치솟은 울분과 속상함.
그리고 집에 오는 내내 주르륵 주르륵 눈물이 쏟아졌다.
고작 모의고사 시간에 늦은 것 뿐인데.
고작 접수비 천 원 날린 것 뿐인데.
스스로가 너무 너무 바보 같고 믿을 수 없을만큼 속이 상하여
오는 내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눈물이 눈물을 불러서,
더 이상 놓친 모의고사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린 후에도
이 방향 저 방향으로 퍼진 생각은
자꾸 눈물 방울이 되어 떨어졌다.
수도꼭지답게, 한 번 터진 눈물바람은 종일 이어졌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혼자 또 울고, 언니 앞에서도 울고, 엄마 앞에서도 울고.
나중에는 울었다는 사실만 가지고도 마음이 흔들려 또 눈물이 나고.
눈이 몹시 아파.
외면하려 했지만 분명 쌓여가고 있던 시험에 대한 부담과 결과에 대한 불안
그리고 꾹꾹 다잡아 누르고 있지만 틈만 나면 고개를 쳐드는 감정의 버거움
거기에 한 주 동안 계속 누적되고 있던 몸의 피로까지
그저 빵 터뜨릴 사건이 필요했던 거야.
울만큼 울었으니, 이제 다 털어버린 것이면 좋겠다.
그럼 비록 모의고사는 날렸어도
오늘 하루 더 이상 좋을 수 없이 알차게 보냈다고 할 수 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