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얼 웅얼 life

그래서 봄이냐

봄을 타는 것 같다. 정신이 아니라 몸이. 열도 없는데 허리며 팔이며 등이며 몸 여기 저기가 쑤신다. 무기력 하고, 자꾸 잠이 쏟아진다. 수술받은 눈 아래가 붉게 부어 올랐다. 아래쪽 꺼풀을 뒤집으니 충혈된 흰자가 드러난다. 배가 싸르르 아프다. 오늘 하루 설사 때문에 몇 번 화장실을 들락거렸지? 뭐, 간추려 말하자면, 총체적 난국이다.

그렇지만 꾀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드러누워 쉬거나, 편안한 의자에 앉아 멍하니 TV를 쳐다보고 있다보면 아무렇지도 않다. 무언가 집중하려고만 들면 몸이 솜처럼 가라앉는다. 그러다가 이내 이곳 저곳 아프다. 하루에 몇 번씩 '죽겠다'와 '멀쩡한데' 사이를 왔다가, 갔다가.

분명 전에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이런 증상에 대해 포스팅도 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원인은 모른다. 내 생각으로는 병원에 가도 알 수 없지 않을까 한다. 그러니까, 비싼 돈 들여서 이것 저것 검사하고 나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의사들이 자주 써먹는 말 - "신경성입니다."라는 설명을 들을 확률이 90% 이상.

하지만 가끔은, 뭔가 천천히 병이 진행되고 있는 거 아냐? 하는 걱정에 빠진다. 나처럼 기우에 치여 사는 인간이 마냥 태평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무척 게으르기 때문에, 스스로를 안심시켜 귀찮은 상황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설마, 뭔 일 있겠어? 그러다가 된통 당해서 왼쪽 눈이 요 모양 요 꼴이 되었지만서도- 게으름은 한겨울 따뜻한 이불 속 같아서, 정말로 벗어나기 힘들다. 허허허.

2월 들어서는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 지난 2년 동안, 영어 공부도 좀 하라는 엄마의 채근을 귀 따갑게 들었다. 그렇지만 말을 흐리며 도망만 다녔다. 귀찮고 하기 싫었다. 다시 시작해보려 해도, 공부 좀 한답시고 깝족대던 때와 비교하면 감이 너무 떨어져서 짜증이 났다. 강력한 동기도 사라졌고. 언어를 '익히는 것'은 여전히 재미있지만 '공부하는 것'은 지루하다. 그러니까 토익 토플 따위는 다시 쳐다보기 싫었다. 아 뭐 이제 그걸 어따 쓰게?

그렇지만, 한국어 공부를 해야 할 상황이 오니까, 영어가 재미있다... - 아 이 청개구리야 - 말하자면 도피처인 셈일까.

사실 배우는 게 그렇다. '해야하는 일'이 되어버리면, 흥미가 떨어지는 법이다. 부담이 되고 짐이 된다. 속박이 되고, 피하고 싶은 대상이 되고, 그러다 결국 마음이 떠나버린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러나 어쨌든 그렇게 자유롭게 배우면서 살 수는 없다. 현재 여기의 나로서는. 뭐 결국은 여유는 그만 부려야 한다는 얘기. 당분간 이 결론은 변할 수가 없다. 흐.


이런 책을 읽었는데

기리노 나쓰오의 <부드러운 볼>을 읽었다. 작가가 꼽은 자신의 최고작이라는데, 읽고 난 내 감상은 '이 아줌마 답네'. 이 아줌마식 인물들이 이 아줌마식 상황에서 이 아줌마식 행동을 하며 생활 하드보일드를 실천한다. 아, 차이라면 이번에는 그다지 자극적이지는 않다는 것. 그래봤자 버석버석 하기는 마찬가지라 여전하다는 느낌이다. 남녀관계에 천착하는 버릇도 여전하고. 마음에 안 들지만 이 작가 스타일을 어느 정도는 알고 읽었으니 그러려니 한다. 진짜 불만이라면... 교정 발로 했지. 세상에 오/탈자 투성이에 번역이 되다만 듯한 문장 속출, 급기야는 지워지지 않은 *** 표시까지 난무하신다. 중반 이후 교정을 전혀 안 본 것 같은 느낌이라고. 이 출판사 이러면 안되지- 이름도 널리 알려진 곳이면서 이게 뭐하는 짓이여.

(응, 그런데 사실 그렇게 많이 열받지는 않아. 내 책 아니거든. 언니가 샀어. 배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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