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소리: 나는 집에서 죽을테요 life
2010.03.13 23:50 Edit
'나는 집에 있을테다.'
꽤 오래 전부터 해 왔던 다짐: '인류 대부분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체념하고 방구석에 이부자리 깔아 놓고 반듯이 누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리라. 죽으려면 집에서 죽어야지.'
세계 핵전쟁이 발발해도 저러고 있다 죽어야지. 지구 대기권에 거대 혜성이 충돌해도 저러고 있다 죽을테다. 갑자기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아도 저러고 있다 죽을거야-
그런데, 지진은 해당 사항이 없는 것이다.
나는 14층에 산다. 망했다. 아파트 넘어가면 끝이다. 이부자리 속의 나름 평안한 죽음 조차 보장이 안된다. 한 방에 가면 행운이게. 기둥과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서 입에는 물 한 방울 못 대고 팔 다리 마비되고 옷에 오줌 지리다가 가면 그게 더 억울하다.
아아. 어쩌란 말이냐. 내가 세계 좀비를 모두 때려눕히고 살아남고 말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박하게 집구석에서 죽겠다는데 그것 조차 보장이 안 된다니.